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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공모전 일반부 가작(불교신문사 사장상) 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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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7-13 13:38 조회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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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부 가작(불교신문사 사장상) 김윤정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16846

 

“제2, 제3의 법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80년 10월27일 아무런 설명도, 이유도 없이 군부에 연행되어 말로 다하지 못할 갖은 고초를 겪으셔야 했던 스님들의 모습을 보는 내내 나는 몹시도 마음이 불편해졌다.

정치적 정당성을 주입하기 위해 사회각계를 통제했던 정부의 만행. 이미 결과를 정해놓고 끼워 맞추기 식으로 진행된 무차별적인 수사. 종교에 대한 최소한의 존엄성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지켜져야 할 공간인 사찰에 난입해 조사라는 명목으로 부처님의 보금자리를 군홧발로 어지럽힌 그들. 치욕스럽지만 잊을 수 없는, 그리고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법난의 잔인한 기록들을 보면서 나는 혼잣말로 몇 번이고 ‘어떻게’라는 말을 읊조렸다.

벌써 올해로 31주년을 맞이한 그날. 그 수치스럽고도 끔찍한 기억들이 여전히 스님들의 마음속에서는 오늘 당장의 일인 것처럼 늘 되풀이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하니 더 안타깝고 서러웠다. 덤덤한 듯 보이는 표정으로 입술을 들썩여 자신이 겪었던 고문에 대해 설명하시는 스님들이 지금 저 말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수없이 무너진 마음이셨을지 차마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무력과 탄압을 어떻게든 막아내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부처님과 불자들을 향해 스스로 죄인 취급을 하며 지내왔을 스님들의 마음을 떠올리니 저절로 목이 메었다. 이유도 알지 못하고 몇 날 며칠 모진 매를 맞았던 기억.

상처가 찢어져 피가 쏟아지는데도
아프면 아픈 사람이 상처 꿰매고
쏟아진 피를 주워 담아야 하는
방식인 것 같아서 참 씁쓸했다

가혹한 고문의 경험을 잊지 못해 ‘아파죽겠어요’라는 제목의 시까지 지으신 혜성스님의 어눌한 목소리에는 끝내 눈물이 터져 나왔다. 때리고 짓밟고 깨부수고…. 그들은 단순히 스님들의 육체를 망가뜨린 것만이 아니었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죽음 같은 과거가 평생 짐이 되어 스님들의 등에 무겁게 얹힌 채 살아온 것이다.

나는 영상들을 보면서 마지막에는 조금이나마 웃을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역사상 유례없는 만행을 저지른 것치고는 정부의 사후처리라는 것이 참으로 미약하기 그지없는 것이어서 영상이 끝나고도 한참이나 허탈한 한숨만이 계속 흘러나왔다.

세상에는 결코 건드려서는 안되는 것들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하물며 지킬 때 비로소 아름다울 수 있는 절대적인 종교의 가치를 그들은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멋대로 묵살해버렸다.

성직자에서 하루아침에 사회부랑자로 만들어 버린 것은 단순히 한 사람의 인생만을 망가뜨린 것이 아니었고, 간단명료한 사과 몇 마디로 어루만져질 상처들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터진 것에만 집중한 정부는 그저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노라는 식으로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해 일을 대충 마무리 짓고 덮어버렸다.

게다가 불교계가 파헤쳐질 때는 하나같이 자극적인 머리말을 내세운 기사로 도배하던 언론들이 획일적이고도 안일하게 사후기사를 뭉뚱그려 보도하는 것을 보고는 가슴이 아팠다.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 칼을 찌른 자는 이미 도망가 버린 지 오래요, 주동자는 쏙 빠진 채 피해자가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 베이고 다쳐 상처가 찢어져 피가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아프면 아픈 사람이 직접 상처를 꿰매고 쏟아진 피를 주워 담아야 하는 방식인 것 같아서 참 씁쓸했다.

명예회복을 위한 노력들이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에도 나는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사태가 이렇게 되기 전에, 애초에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막았어야 했을 것을 이제와서 너무 늦은 처사가 아닐런지 의구심이 들었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이 일어나 버린 전대미문의 상황.

보상에 급급하지만 정작 마음의 상처가 어루만져질 수 있을지 또한 의문이었다. 당연한 것 아닌가. 그 어떤 금은보화나 값비싼 물질들로도 차마 스님들과 불자들의 그 때 당시의 처참한 심경들이 조금도 회복되지 못할 것이니까 말이다.

쓸쓸한 종소리와 함께 입적하시는 스님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마음 속으로 기도를 드렸다. 스님의 가시는 길에 작게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30여 년 전 그 날의 기억에 대해 나는 묵묵히 사죄를 했다.

두 번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을 몹쓸 기억은 이제 그만 묻어두시라고, 평생을 다 바쳐 보여 주신 자비와 인내와 지혜로움을 항상 기억하며 살겠다고, 그리고 다시 한 번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무지했던 나를 용서하시라고 말이다.

우리는 항시 제2, 제3의 법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 전반에 걸쳐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불교신문 2798호/ 3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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