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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10·27법난 문예공모전

2018.06.15(금) - 2018.09.07(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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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우수] 아직도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 법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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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10-10 17:59 조회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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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법념스님

 

 

제1회 10·27 법난 문예공모전 수상식장에서다. 휠체어 하나가 식장 안으로 들어온다. 몸이 성치 않은 노스님이다. 수레를 밀고 들어온 남자 분이 장내 의자에 앉혀드리자 무척 힘겨워하는 모습이다.

몸을 잘 가누지 못해 고개가 뒤로 젖혀져 있고 입은 다물어지지 않아 벌리고 있다. 게다가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것처럼 힘이 없어 보인다. 눈에는 붉은 핏발조차 서있어 참으로 보기가 딱했다. 불편한 몸을 끌고 오신걸 보면 법난과 깊은 관련이 있는 듯하다. 누구이신가.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내빈소개에서 도선사 혜성스님이라는 걸 알고 눈을 의심했다. 저렇게까지 변하시다니…. 예전 모습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 도저히 상상이 안 되었다. 10·27 법난 때 심하게 당한 고문이 원인인 성싶다. 그렇더라도 병세가 저리도 깊을 줄이야. 말로만 듣다가 눈앞에서 직접 보니 정말 기가 막혔다.

혜성스님에게 말없이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해를 거듭할수록 골이 깊어진 상흔으로 인해 무척 힘들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장까지 발걸음을 해주어서다. 누구보다도 법난이라는 난제를 슬기롭게 해결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꺼이 참석하신 게 아닌가 싶다.

1989년 3월호 <월간조선>에는 혜성스님과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10·27 법난에 대해서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다. 꼭두새벽부터 느닷없이 군부가 들이닥쳐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끌려갔으니 말이다. 잡아가선 무조건 승복을 벗기고 죄수복으로 갈아입힌 뒤 다짜고짜 거친 언행을 쓰면서 모진 고문을 자행했다. 그것도 모자라 애매한 누명을 뒤집어씌우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으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정말로 인두겁을 쓰지 않고서야 그런 만행은 저지를 수는 없을 것이다.

험한 욕설과 모진 고문을 당하는 와중에도 혜성스님은 “모든 걸 인과응보이겠거니 생각했지요. 도리어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라고 말했다. 온갖 수모를 당하고도 상대방을 원망하지 않고 모든 일을 자기 탓으로 돌리다니…. 그야말로 보살의 마음가짐이다. 누가 이런 혜성스님을 그렇게 만들었는가.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군부독재가 가했던 고문에 대해서는 <한국 현대사 산책 - 1980년대 편> 1권에 매우 상세하게 나와 있다.

“그들은 나를 의자에 거꾸로 세워 콧구멍에 수건을 씌우고 고춧가루를 퍼놓고 거기다 양동이의 물을 들이부었다. (중략) 고문을 강행하면서 나에게 몇 차례나 허위진술을 강요했다. (중략) 계속 잠을 재우지 않고 눈에 서치라이트를 비추면서 고문을 가하면 정신이 몽롱해져 사뭇 헛소리를 했다.”고 기술되어 있다. 얼마나 잔인한가. 인간이 인간에게 그런 짓거리를 하다니. 그저 경악할 따름이다.

1980년 10월 27일, 새벽공기를 가르며 대문을 박차고 들어선 무장군인들. 군화를 신은 채 법당으로 들어가 저벅저벅 밟는 군화발소리들. 총을 소지한 그들 앞에 기가 눌려 죄지은 것도 없이 벌벌 떨어야 했던 치욕적인 순간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기억들이다. 끌려가지 않았어도 치가 떨리거늘, 잡혀간 스님들이 당한 고통이야 오죽했으랴.

법난 당시 잡혀간 스님들이 당한 것에 비하면 내가 겪은 일은 조족지혈에 지나지 않는다. 혜성스님의 경우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군부독재가 저지른 만행이 얼마나 악랄했는지를. 그런 짓을 하고도 발 뻗고 자고 있다니…. 인과응보가 무섭지 않은지 모르겠다.

아직도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군부독재에 의한 법난이 37년이나 지났건만 매듭을 지워놓은 게 없어서다. 피해보상은커녕 재판에서는 ‘공소시효만료’로 패소까지 했으니 얼마나 어이없는 노릇인가. 누구를 탓하랴. 서둘러서 해결하지 못한 것은 온전히 당시 불교계의 몫이거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먼저 종단을 비롯해 승려 개개인부터 반성해야 될 것 같다. 승려의 한사람으로서 이제부터 짊어져야 할 책임감이 어깨 위에 묵직하게 내려앉는다.

2018년 7월 25일 낮, 진불장 혜성스님이 원적에 들었다는 비보를 뉴스로 접했다. 법난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건강을 잃었지만 그런 역경을 이겨내고 인재불사와 사회복지에 힘을 쏟아 부운 어른이었거늘. 법난의 산증인인 큰 별이 떨어졌다. 마음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진다.

법난 공모전에 내려고 혜성스님에 관하여 글을 적는 도중에 들은 소식이어서 충격이 너무 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뵐 줄 알았건만 애석하게도 그리 가시다니…. 이루고자 했던 일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떠나셔서 참으로 안타깝다. 스님의 뜻을 글로 전해 평소 염원했던 일을 성취하는데 일조가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

입적하신 뒤, 7월 29일자 법보신문 추모기사에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란 희망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감내하며 기도했다”라는 혜성스님의 말씀이 실렸다. 그러나 그 기도는 아쉽게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저세상에 가셔도 제대로 눈을 감지 못할 것 같다. 너무나도 통탄스러운 일이다.

10·27 법난의 진상은 샅샅이 밝혀져야 한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이 어디 혜성스님뿐이겠는가. 누명을 쓰고 먼저 가신 스님들은 말할 나위도 없고 아직도 법난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많은 스님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 살신성인하는 마음으로 불교계 전체가 힘을 모아 앞으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해마다 그날이 돌아올 때마다 기념행사를 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실질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싶다.

3년 전, 2015년 10월24일자 불교신문에는 여태동 기자가 혜성스님을 찾아뵙고 10·27 법난에 대해 인터뷰한 기사가 실려 있다.

“제일 억울했던 것은 종단이 힘이 없었다는 거였어요. (중략) 우리를 도와주지도 못했고 오히려 조사한 사실을 그대로 믿고 *체탈도첩搋奪度牒을 했지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종단이 힘이 있어야 해”라는 말을 되뇌었다고 했다.

정말 뼈있는 한마디다. 혜성스님이 평소 가슴에 품었던 마음을 표현한 말인 성 싶다. “종단이 힘이 없었다.”는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날아든다. 다시는 제 2의 법난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입에 올리기조차 어려운 일을 두 번 다시 당하지 않으려면 승려자신들부터 정신무장을 해야 하지 않을까싶다. 종단이 힘을 모으지 않으면 언제 또 그런 일이 닥칠까 두려워진다.

종단의 힘이 약해진 것보다 대중들로부터 불신 당하고 있는 것이 더 문제여서 적이 염려스럽다. 난제를 타파하려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종단이 안팎으로 내실에 내실을 다져야 한다. 종단이 튼튼해야 종도들이 안심할 게 아닌가. 괜스레 마음이 조급해진다.

혜성스님은 가셨지만 염원했던 일을 깔끔하게 해결할 일이 과제로 남았다. 10·27 법난은 불교계전체가 책임지고 마무리해야할 숙제이기에. 지나간 일은 아무리 운운해보았자 구호에 그치고 말아서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동안 종단에서 나름대로 애는 썼지만 “이것이다” 싶은 해결책이 강구되지 않았던 탓으로 제자리걸음만 걸은 것 같다. 눈에 뜨이는 진전이 없어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일은 37년이나 넘도록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법난에 대한 문제가 깨끗하게 처리될 날이 머지않아 오기를 기대해본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종단내부는 아직도 시시비비만 일삼고 있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가지고야 어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깨달음을 향해 가는 종교인의 집단이라 할 수 있겠는가. 원컨대 하루 빨리 청정종단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정상화를 이루었으면 싶다.

종단이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고 다른 일은 내 몰라라하면 어찌 믿고 따르겠는가. 과거를 거울삼아 유비무환의 가르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라는 사홍서원의 첫 번째 발원처럼 고통 받는 이들을 구제해 주는 것이 승려의 본분이 아닌가. 종단은 법난에 의해 생긴 모든 문제를 우선순위에 놓고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난에 대한 모든 일을 먼저 철저하게 규명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작년에 이은 “법난 문예공모전”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랄 수 있다. 공모전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일은 대단히 환영받을 사업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서둘러서 법난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 종단에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본다. 혜성스님을 비롯한 법난 희생자들의 염원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고 두 손을 모으고 오늘도 엎드리며 발원한다.

서가모니불, 서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서가모니불

 

*체탈도첩搋奪度牒 : 불교용어. 승적을 삭제하고 환속시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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