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우수] 타는 목마름으로 - 10․27법난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말한다. - 이재찬 > 산문

제2회 10·27법난 문예공모전

2018.06.15(금) - 2018.09.07(금)

산문

산문

제1회 [우수] 타는 목마름으로 - 10․27법난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말한다. - 이재찬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12-08 11:42 조회199회 댓글0건

본문

 

 

“타는 목마름으로”

10·27 법난(法難)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말하다

이재찬

 

인혁당사건, 서울 학림사건, 서울대 무림사건, 대전 한울회사건, 대전 아람회사건, 공주 금강회사건, 군산 오송회사건, 부산 부림사건 등 대한민국은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고문하고 처벌하는 군부독재, 인권유린의 시대가 오랫동안 계속됐다. 안타깝게도 인권탄압, 고문, 학살, 간첩조작, 부패, 정경유착, 여론조작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민낯이 만들어내는 고통의 시대를 한국불교 역시 피해갈 수 없었다. 비리척결 조치, 불순분자 검거, 목탁 재벌, 사이비 승려라는 명목으로 실행되었던 ‘작전명 45계획’. 종교계 정화를 명목으로 3만2,076여명의 군경을 동원해 전국 5,731곳의 사찰을 수색하고 스님들을 강제 연행한 10·27 법난(法難)은 동서고금(東西古今)에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인권유린이자 종교탄압으로 한국불교 1,600년의 치욕이라고도 불린다.

 

평범한 교사와 군인 그리고 직장인을 반국가단체로 몰아 6명의 피해자들을 강제연행 및 장기 구금하여 평생 고통으로 몰아넣었을 뿐만 아니라 고문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나게 만들었던 대전 아람회 사건처럼 10·27 법난(法難)에서도 몽둥이 도리깨질, 전기고문, 고춧가루 물고문 등 모진 고문과 구타의 후유증으로 많은 스님이 통증으로 열반하셨다. 또한, 북한 지령을 받아 국가 전복을 꾸몄다는 혐의를 쓴 8명이 판결 18시간 만에 사형된 인혁당 사건처럼 스님들은 북한 간첩과는 몇 번 만났는지 실토하라고 모진 고문과 구타를 당함은 물론 간첩 누명을 씌워 삼청교육대로 보내지기도 했다. 그렇다. 헌정사상 유래를 찾기 힘든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종교탄압사건인 10·27 법난(法難)은 또 다른 용공조작사건이었다.

 

26년이 지나서야 어렵사리 진실을 마주하게 된 군산 오송회 사건처럼 10·27 법난(法難)도 진실에 다가가기에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18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국가가 공식사과하고, 25년이 지난 2005년에야 국방부에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진상파악이 시작됐다. 그리고 28년이 지나서야 피해자를 위한 명예회복 법률이 제정됐다. 10·27 법난(法難)이 국가권력 남용사건으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못 하고 숨죽이며 살아가야만 했다. 국가 권력에 의해 종교가 핍박을 받은 사실이 인정돼 과거 국무총리의 사과를 받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대한민국의 정치권력은 모르쇠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자신의 회고록 「전두환 회고록」에서 자신이 재임 중에 자행한 10·27 법난(法難)은 당시 몰랐던 일이고, 8년 지난 뒤 처음 들어본 말이라고 기술했던 것에서 볼 수 있듯이 10·27 법난(法難)에 대한 완벽한 진상조사와 책임감 있는 사과 그리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종교와 정치를 명백히 분리해놨던 대한민국 헌법 제 20조 2항(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이 수호하고 있는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던 10·27 법난(法難)에 대한 부정은 단순히 종교 탄압에 대한 부정이 아니다. 분명한 사실은 10·27 법난(法難)으로 짓밟힌 것은 한국불교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였다. 민주주의 안에서 자행된 민주주의 탄압이었다. 그래서 10·27 법난(法難)의 실체적 진실을 원하는 목소리는 단순히 불교계의 목소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목소리이자 그토록 원하던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자 열망 그리고 갈증인 것이다.

 

항상 그랬듯 10·27 법난(法難) 역시 20년 가까이 소위 말하는 '없던 일'로 취급받았다. 가해자들은 무관심과 무반성적인 태도로 일관했고, 이후 아무런 처벌이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반공이라는 단어 아래 그리고 애국이라는 단어로 가해 행위를 정당화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다 끝난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과거에 얽매이면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부패세력 혹은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당했던 스님과 불자에게 10·27 법난(法難)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인 아픔이자 고통이다.

 

얼마 전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보도된 ‘여양리 국민보도연맹 학살 사건'으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던 사람들 이야기로 우리는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언제나 피해자가 죄인이 되어 숨어 지내야만 하는 역사였다. 언제나 피해자가 숨죽이면서 살아야만 했고, 너무나 당연하게 화해를 강요받았다. 피해자가 눈총을 받고 비난을 받으며 온갖 오해를 뒤집어쓰고 살아야만 했던 삶은 슬프게도 10·27 법난(法難)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가 공권력이 만들어내는 불법적이고 탈법적이고 초법적이고 만행적인 악행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도대체 왜 죄인이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그리고 국가는 왜 그들의 아픔을 오랫동안 달래주려고 하지 않는 것일까? 오랜 세월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느꼈던 말 못 할 고통은 어찌 보상될 수 있을까?

 

누군가는 10·27 법난(法難)에 대한 진상 규명과 피해자 보상이 종교편향 혹은 종교차별이라고 생각하면서 정부의 노골적인 특정종교 밀어주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왜 국민 혈세를 종교단체를 위해 지원하냐는 이야기까지도 들린다. 하지만,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인권유린과 폭력을 조사하여 왜곡되고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고자 하는 과거사 청산은 근대 국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있었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으로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과거사 청산은 민주화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일로써 왜곡되고 은폐된 과거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사회정의를 세우는 일이다. 역사는 진실을 밝혔다고 해서 끝나서는 의미가 없다. 역사의 진실이 영원히 기억되지 않으면 역사의 정의는 없다. 그래서 진실은 공식 기록으로 표기되고, 교육되고, 기억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잊어버린다. 그래서 역사를 지키는 일은 망각과의 투쟁, 기억을 위한 투쟁에서부터 시작된다. 왜곡되고 은폐되어진 진실을 밝혀 바로잡은 불행한 과거사에 대해서도 이를 부정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역사의 진실이 절대로 쉽게 기억될 수 없다. 어쩌면 정치권력에 의한 역사왜곡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역사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과 망각(忘却)일지도 모른다.

 

10·27 법난(法難)은 사실 우리가 기념관을 세워 기념해야 할 훌륭하고 긍지로운 과거사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불교의 최대 수치라고 불리는 10·27 법난(法難)은 확실히 쉽게 잊혀지지 않는 그리고 쉽게 잊혀 질 수 없는 역사임은 분명하다. 10·27 법난(法難)은 종교계를 떠나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도 절대로 잊혀서는 안 되는 사건이다. 잊히면 또 다시 그런 일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 순간 그 사건의 진실을 찾고 정의를 세우기 위해 싸워야 할 뿐 아니라 그러한 모든 일을 기록하여 후대가 기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역사에서 지우고 싶은 아프고 슬픈 상처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망각과의 투쟁, 기억을 위한 투쟁의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10·27 법난기념관은 국가권력의 폭력으로 더럽혀진 과거의 역사를 되짚어 봄으로써 역사의 진실을 망각하지 않고 기억하는 공간이자 화해와 상생의 상징 더 나아가 국민 화합과 소통을 이뤄내는 공간이 될 것이다. 절대 없었어야 할 일들의 현장을 보며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워 재발 방지를 위한 교훈으로 삼을 수 있는 10·27 법난기념관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충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위주의 관광에서 다양한 경험과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인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쟁·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엄청난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기 위하여 떠나는 특별목적관장(SIT : Special Interest Tourism)의 한 형태인 다크 투어리즘(우리말로 역사교훈여행)은 블랙 투어리즘(Black Tourism), 그리프 투어리즘(Grief Tourism), 블랙스팟(Black Spot)으로 불리며 문화유산관광과 순례관광의 성격을 포함한다. 9·11테러가 발생했던 미국 세계무역센터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 유대인대학살 현장인 폴란드의 아우슈비츠수용소, 수백만명이 학살된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등이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코스다.

 

광주광역시를 방문한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은 이제 복원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차원을 넘어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시점에 와있다고 이야기했다. 옛 전남도청 건물 6개는 모두 원형 복원되어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고, 아픈 과거를 어떻게 치유하고, 어떻게 알려나가야 하는지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 콘텐츠인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으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전남도청처럼 견지동 45번지 역시 마찬가지로 10·27 법난(法難)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관광 콘텐츠로 탄생되어야만 한다.

 

주 5일 근무제도와 수업제도가 안착되면서 아이들과 함께 역사의 현장이나 재난이 일어났던 곳을 방문하여 교훈과 성찰에 관한 체험을 하는 것 또한 배움의 연장이라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광화문-경복궁-인사동 일대의 관광자원화를 고민하는 서울시에게 다크 투어리즘 활성화를 가능케하는 실질적인 구상안인 10·27 법난기념관은 남산 예장자락에 조성될 ‘국치(國恥)의 길’과 ‘인권의 길’처럼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또 다른 다크 투어리즘 코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사건과 사고들에 대한 기억을 연장시켜준다. 10·27 법난(法難)도 잊고 싶은 우리의 아픈 과거이다. 누군가는 수치스럽고 슬픈 역사이기 때문에 외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 비극인 부정적 문화유산(Negative Heritage)도 한국 불교의 문화유산임을 우리는 정확히 인식해야만 한다. 어떤 형태의 재난이든 반복되고 그래서 역사가 있다. 그래서 어떤 공동체가 과거 재난으로부터 교훈을 남기지 못하거나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면, 어떤 결과가 올 것인지를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역사가 주는 교훈을 얻지 못하고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는 민족에게 발전은 존재할 수 없다. 10·27 법난(法難)이 주는 귀중한 역사의 교훈을 망각한다면 대한민국은 또다시 난국(亂國)을 맞을지도 모른다. 역사는 진실을 밝혔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기억하고 반복해서 교육하고 재차 확인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거꾸로 가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10·27 법난기념관에서 역사를 기억하는 투쟁을 제대로 벌일 것이다. 망각과의 투쟁과 기억을 위한 투쟁으로 우리는 정치적인 진실을 넘어 실체적인 진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고, 국가적 차원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이 조속히 이루어질 것이다. 모두를 광화문 광장으로 불러 모았던 촛불혁명을 통해 민주주의는 한 번 성취되었다고 해서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다시 한 번 배웠다. 10·27 법난기념관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요구하고 쟁취하려고 싸우는 것은 철저한 민주주의의 가치이다. 10·27 법난(法難)의 끝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아직 가시지 않은 목마름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견지동 45번지에서 또 다른 민주주의 역사의 시작이 될 것이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주최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 주관총무원 사회부·불교신문
  • 후원문화체육관광부

COPYRIGHTⓒ 2018 10.27법난문예공모전. ALL RIGHTS RESERVED.

패밀리사이트